[월요일을 열며]김외정 국립산림과학원 임산공학부장
[월요일을 열며]김외정 국립산림과학원 임산공학부장
  • 나무신문
  • 승인 2007.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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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강국 부활의 비결, 백합나무에 있다

70년대 말 우리나라 합판산업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 세계1위로 국민적 자긍심과 함께 국가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선도하였다. 값싸고 질 좋은 국내산 합판을 활용하여 가구·악기산업도 동반 발전한 목재산업 강국이었다. 당시 합판산업의 국제경쟁력의 비결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정책 하에서 무엇보다 질 좋은 남양재와 미송 원목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인도네시아가 원목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내 가공정책으로 돌아서자 국제 원자재 수급구조가 불리하게 변하였고 이를 전환점으로 국내 합판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현재 국내 목재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보드산업마저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 비명이다. 제재업이 쇠퇴하여 주 원료인 제재죽더기 공급이 줄어드는 바람에 국내외 비싼 원목을 칩핑 이용하거나, 제재죽더기 공급 전용 제재소를 가동하여 원료를 조달하는 형편이다. 원료비용 측면에서 외국 보드회사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중국 인도를 끼고 있는 인구 40억 친디아 경제권이 목재블랙홀이 되면서 전세계 목재수급 균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올해 2억㎥, 2011년에는 3억㎥이 부족할 것이라는 중국국가임업국의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가 원목 수출세를 현재 10%에서 20~26%까지 인상 움직임이 있고, 뉴질랜드산 원목도 공급자 시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한편 고유가로 해상운송비가 수출현지 원목가격과 맞먹기 때문에 해외조림으로 생산된 원목의 국내반입 가능성이 그 만큼 불투명해졌다.

이와 같이 목재수요가 급증하고, 교역 물류비용이 상승하는 바람에 국내에 수입원목을 들여다 목재가공사업하기가 정말 힘들게 되었다. 기업이 사업투자를 결정할 때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장 경계한다. 특히 원목수급이 정말 어렵다고 판단되면 80년대 말 합판산업 시설을 철거하여 외국으로 이전해 버렸던 엑소더스가 향후 보드업계에서 재연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목재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고, 목재강국 부활의 핵심 선결과제가 바로 원자재에 대한 수급 불확실성 해소라 할 수 있다. 외국의 유수한 목재기업은 대부분 용재자원을 육성하여 자체 원목공급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쓸만한 용재자원은 낙엽송 70만ha 정도이고 나머지 임목은 거의 무시할 정도로 빈약하다.

이제 국내 용재자원 육성을 위해서는 민간 목재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정부는 인프라를 지원하는 형식의 역할 분담이 바람직하다. 리기다소나무를 벌채 이용한 바로 그 임지에 국내 목재기업은 전략적으로 백합나무를 재조림하자. 백합나무는 미국 원산지의 속성 활엽수로서 30여년전부터 국내에 시험 식재한 검증된 용재수종이다. 한 민간 백합나무 재배자의 경영사례에 따르면 벌기령 30년에 MAI 12~15㎥(1ha당 평균연간생장량), 수익률이 9%에 달하는 속성수 용재 수종이다. 지금부터 매년 벌채지 3000ha에 조림하면, 리기다소나무자원이 고갈되는 30년 후에 매년 120만㎥의 경쟁력 있는 국산재를 벌채 이용할 수 있다. 21세기 환경소재 에너지 유망산업으로 탈바꿈하는 목재산업 강국 부활의 비결은 백합나무 조림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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