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듣는다 | 전통에서 미래를 만든다, 동화특수산업 김석천 대표
리더에게 듣는다 | 전통에서 미래를 만든다, 동화특수산업 김석천 대표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5.02.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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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라”
김석천 동화특수산업 대표.
김석천 동화특수산업 대표.

건축 시장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환경 규제 강화 등 다층적인 위기가 산업 전반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를 정면 돌파하며 견고한 성과를 이어가는 기업이 있다. 바로 30년 넘게 목재보존과 복원 기술을 연구해 온 동화특수산업(주)다. 옻칠이라는 전통 기술을 현대화해 목재보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김석천 대표를 만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비결을 들었다. <편집자 주>

동화특수산업은 목재보존과 복원이라는 특수한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설립 배경과 그동안의 여정을 소개해 주세요.
=
동화특수산업은 1996년 설립됐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목재보존 기술이 거의 없었습니다. 때문에 문화재나 한옥과 같은 목조건축물이 빠르게 손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를 보며 목재를 제대로 보존하고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느꼈죠.

초창기에는 10여년 동안 서울대학교와 산학협력을 맺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흰개미 방제, 방부 성능, 방오 기능 등 목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예를 들어 흰개미가 목재를 파괴하지 않도록 방충제를 개발하고 곰팡이가 목재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오 성능을 강화했죠. 이런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 덕분에 현재의 동화특수산업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김석천 대표.

목재보존 기술에서 전통 옻칠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옻칠이 가진 특징과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옻칠은 ‘천년의 칠’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방부성과 방충성, 항균성을 자랑합니다. 한 번만 칠해도 목재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최고의 도료죠. 또한 곰팡이와 흰개미 같은 해충의 침입을 막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목재를 보호합니다. 단순히 기능적인 면뿐만 아니라 옻칠 특유의 고급스러운 색감과 광택은 목조건축물의 미적 가치를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전통 옻칠은 알레르기 문제와 높은 비용, 까다로운 작업 공정 때문에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저는 옻칠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결국 옻의 알레르기 성분을 제거하고 친환경적으로 정제한 ‘천년옻칠’을 개발하게 됐죠.

 

품질 중심의 생존 전략
동화특수산업은 "최고의 제품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정직한 품질과 기술 혁신을 통해 건축 시장의 불황을 돌파하고 있다.

 

‘천년옻칠’을 개발하기까지의 ‘도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
옻칠 연구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가 옻 알레르기 환자라서 연구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샘플을 들고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옻이 올라서,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되돌아오는 일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알레르기 성분을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10년이 넘는 시행착오 끝에 해결책을 찾아냈습니다.

또 제품의 성능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공사를 진행하며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천 사명대사공원의 5층 목탑 복원 공사인데요. 아파트로 치면 15층 높이인 45m에 달하는 이 목탑에 천년옻칠 300말(약 5400리터)을 사용했습니다. 공사 후 3년 동안 계절마다 점검하며 이상 유무를 확인했죠. 최근에도 방문했는데 목탑의 표면이 여전히 깨끗하고 아름다워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김천 사명대사공원내 5층목탑.
김천 사명대사공원내 5층목탑.

전통의 현대화
옻칠이라는 전통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천년옻칠'을 통해 목재보존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문화재 복원부터 친환경 건축까지 활용 범위를 확장했다.

 

천년옻칠의 주요 기술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
천년옻칠은 옻의 방부성, 방충성, 방수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사용자의 안전을 고려해 알레르기 성분을 제거한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단순히 목재를 코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며 목재에 깊이 침투해 방수 코팅막을 형성합니다. 또한 유해물질을 정화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만들어 새집증후군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천년옻칠은 조달청에 등록된 친환경 인증 제품으로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빠른 건조 시간 덕분에 작업 효율도 높아졌고 재도장이 용이해 유지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최근 건축 시장이 불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동화특수산업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나요.
=
불황이든 호황이든 한 가지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공사 현장에서 제품의 성능을 직접 입증하며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품질을 소홀히 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정직하게 다가갔습니다.

예를 들어 2018년 군포 소재 유치원과 경로당에 천년옻칠을 시공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표면 상태가 매우 양호합니다. 이러한 실적이 쌓이다 보니 고객들도 신뢰를 보내주고,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경주 화랑마을 옻칠공사.
경주 화랑마을 옻칠공사.
국회 사랑재.
국회 사랑재.

글로벌 시장과 지속 가능성
일본, 몽골 등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젊은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해 목재보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시장의 요구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
우리의 제품은 단순히 옻칠에 그치지 않습니다. 방부·방충 효과를 강화한 ‘천년옻칠스테인’, 초강력 곰팡이 제거제 ‘몰드-제로’, 목재 크랙 및 변색을 방지하는 ‘에코 크랙실 우드’,  목조건축물의 천적인 흰개미 예방에 탁월하며 방충, 방미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사용하기도 편한 ‘우드마스타’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며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김석천 대표.

특히 곰팡이 제거제는 일본에서 매달 30만 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력으로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불황 극복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
저는 목조건축물의 유지와 복원을 통해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일을 사명으로 생각합니다. 문화재 복원 작업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고 더 나아가 젊은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며 이 분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아울러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목재보존 기술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에는 몽골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의 기술을 인정받았고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에서 우리의 기술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불황의 늪 속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업계에 힘이 되는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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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품질은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술을 연구하고 품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려운 길이지만, 정직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무신문

경주 동궁과월지 단청제거공사.
경주 동궁과월지 단청제거공사.
경주 동궁과월지 단청제거공사.
경주 동궁과월지 단청제거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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