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시대의 마감, 목조건축으로의 전환 “물꼬는 이미 터졌다”
콘크리트 시대의 마감, 목조건축으로의 전환 “물꼬는 이미 터졌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5.03.0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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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권영걸 위원장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권영걸 위원장.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권영걸 위원장.

‘목조건축이 주인공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코리아빌드위크가 막을 내렸다. 특히 ‘일본 목조건축 디자인 세미나’는 많은 관심을 끌며 목조건축의 가능성을 조망하는 기회가 됐다. 세미나 직후, 이 세미나를 후원한 (사)저탄소사회를지향하는목조건축협회 부스에서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만나 목조건축의 현황과 전망을 들었다. <편집자 주>

세미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쿠마 겐고의 작품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을 30번 이상 방문했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배움을 얻습니다. 일본은 목조 건축의 정밀함과 디자인을 발전시켜왔으며, 그들의 건축을 보면 목재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문화와 철학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특히 일본은 도시 곳곳에서 목조건축을 실현하고 있어, 우리가 참고할 점이 많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목조건축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의 흐름을 짚어 주세요.

=목조건축은 이제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캐나다, 스칸디나비아 4개국, 그리고 최근에는 독일과 프랑스까지 목조건축 확대에 나섰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공공건축물의 50%를 목재로 짓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놀라운 결정입니다. 단순히 10%를 목표로 삼아도 의미 있는 변화인데, 50%라는 수치는 도시 건축의 패러다임이 목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ESG 기반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맞물려 국가 간 경쟁적으로 목조건축을 확대하고 있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한국도 목조건축의 확산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프랑스처럼 국가 건축정책 방향이 공공건축의 50%를 목재로 짓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요.

=아쉽지만, 당장 그렇게 확답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분명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를 필두로 여러 지자체에서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는 ‘공원 같은 나라, 정원 같은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데, 2년 이상 이를 추진하면서 전국 지자체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목조건축이 활성화되면, 그 집합체인 목조도시 역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입니다.

올해 코리아빌드위크는 규모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조건축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건축 전시회에서 목재가 중심이 되는 흐름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목재는 건축 자재 중에서도 가장 감성적이며, 자연성·생태성을 대표하는 소재입니다. 인류 건축 문명에서도 목조건축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철골과 콘크리트 중심으로 이동했지만, 이제는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목재는 24시간 365일 CO₂를 저장하며, 수명이 다했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태적 건축 자재입니다. 기술적 발전을 통해 방재, 내구성, 경제성을 확보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목조건축이 차별화할 점은 무엇일까요.

=일본은 목재를 정밀하게 가공하고 조립하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반면 우리는 보다 자연친화적인 조형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목재를 인간의 필요에 맞춰 정밀하게 치목하는 방식을 택하지만, 우리는 나무가 가지는 본연의 흐름을 존중하는 ‘순천주의’ 건축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과거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고유의 정신을 유지했던 ‘화혼양재(和魂洋才)’처럼, 우리도 일본의 기술을 배우되 한국적인 조형미와 철학을 유지해야 합니다. 목조건축을 단순히 기술적 접근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녹여내야 합니다.

권영걸 위원장.
권영걸 위원장.

우리나라에서 목조건축이 활성화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제도적 지원과 인력 양성이 필요합니다. 현재 지자체들이 목조건축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건축 기준과 인허가 절차가 보다 명확해져야 하며 행정적 지원이 강화돼야 합니다.

또 목조건축을 전문적으로 설계하고 시공할 인력이 부족합니다. 대학 건축학과 커리큘럼에 목조건축이 보다 깊이 반영돼야 하며,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합니다.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부, 학계, 산업계가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앞서서 ‘우리나라의 국가 건축 정책 방향도 공공건축물의 50%를 목재로 짓는 쪽으로 가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위원장님께서는 ‘당장 그렇게 확정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가 건축 정책 방향 역시 그 쪽으로 이미 ‘물꼬가 터져서 흐리기 시작했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목조도시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원주시는 이미 목조도시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전국의 지자체들이 구청, 동사무소 등 공공건축물에도 목재가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목조건축의 대중화와 목조도시 활성화는 이제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권영걸 위원장의 일정상, 이후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아래는 서면 질의와 답변,

‘목조건축 활성화법’ 제정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며, 또 이 법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2024년 11월28일 목조건축 활성화 법이 의안 발의가 된 이후 2025년 2월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청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공청회에서 제기된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한옥을 목조건축에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과 둘째, 목조건축의 시공 감리를 목조기술자보다는 건축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셋째로 교육기관을 대학기관에 국한하기보다는 그동안 목조건축을 진행해왔던 공인된 단체도 목조건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국회 상임위 등 신중하게 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목조와 기후변화 등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함이 제기되었습니다. 목조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국민들께서 목조건축에 대해 화재에 취약하다는 불안감 등 목조건축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향후 목조건축에 대한 전문가 육성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법만 만들어 놓고 이를 담당할 인력이나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국회서 의원 발의된 목조건축활성화 법안은 지금까지 산림청 주도로 준비되어오고 있다가 국토부가 본격적으로 참여하여 법제화를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주된 이유로 환경부와도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목조건축의 활성화의 의미는 국가가 나서서 목조건축 산업에 대한 기반을 차분히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목조건축에 대한 규제완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건축 규정은 여전히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목구조 특성을 반영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역할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나무의 활용과 육림에 대한 정책은 산림청에서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건축물을 짓고 도시를 만드는 것은 국토부에서 담당해 왔습니다. 목조건축을 이용하고자 하는 주된 목적 중에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환경부의 주된 업무입니다. 또 목조건축이 지어졌을 때 가장 효과적인 건축물은 학교입니다. 이는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목조건축의 사용은 국가적인 문제이며 국가가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각 정부부처를 조율하고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미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는 ‘목조건축 대중화 목조도시 활성화’를 주제로 활발하게 정책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정부의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조하여 목조건축이 국민들 생활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전 세계 건축계는 지금 목조건축이 하나의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춘 한국 건축계의 현주소와 미래를 전망해 주세요. 또 그 미래를 향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의 로드맵을 알고 싶습니다.

=저는 21일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목조건축세미나에 하루 종일 참가해서 일본의 목조건축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 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다음에는 ‘저탄소 사회를 지향하는 목조건축협회’ 임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해서 한국 목조건축계의 현주소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콘크리트 중심의 건축계 현실에서 목구조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초기 단계에는 콘크리트와 목구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목조건축부터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콘크리트의 장점과 목조건축의 장점을 받아들이자는 것이지요.

목조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방화, 방습, 층간소음, 단열, 자재수급에 대한 인식 문제 등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 맞는 정확한 기준을 잡아나가는 것부터 필요하고 목재의 육림, 건조기술을 포함한 가공 방법, 또 판매를 위한 물류시스템, 건축물로 사용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데이터 등이 필요합니다.

이를 이용한 설계 및 시공기술 등의 축척이 필요합니다. 또한 대단위 단면의 목재 뿐만 아니라 작은 부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목조건축 대중화, 목조도시 활성화’는 단순히 콘크리트 건축을 나무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고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비, 고령친화적 사회, 저출산 문제 등 국가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30여 년 역사의 우리나라 목조건축 시장은 여전히 단독주택 정도의 시장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 대형건축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조건축 업계의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결행이 필요한 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21일 세미나에서 다이세이 건설(大成建設)이나 오바야시구미(大林組)와 같은 일본의 대형 건설회사에서 대형 목조건축을 주도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나라도 현대나 삼성처럼 대규모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많은 비용과 투자가 필요한데, 현실은 개인사업체나 작은 중소기업에서 주로 목조건축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무엇보다도 기술개발을 위한 실험과 실행에 따른 시행착오를 감수할 만한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 대학에서 목조건축에 대한 교육과정이 도입될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나무의 특성을 이용하여 50년 단위 선순환 구조의 산업으로 마스터플랜부터 기획하여 국가적 기반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해 나가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왔지만 이제는 우리가 기획을 하고 마스터플랜을 짜는 새로운 국가 산업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조건축 대중화 목조도시 활성화’를 통하여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OSC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앞으로 건축 정책은 GREEN / SMART 양면의 정책이 통합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조건축 대중화 목조도시 활성화’는 이를 준비하는 데 최적의 아젠다가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신문

권영걸 위원장은…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서울대 미대 학장, (사)한국공공디자인학회장, 서울시 부시장(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한샘 사장, 계원예술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였다. 인류건축문명권 78개국 680여 도시를 현지 조사하였고, <신문명디자인>, <나의 국가디자인전략>, <공공디자인행정론>, <서울을 디자인한다>, <공간디자인16강> 등 43권의 저서를 펴냈다. 디자인 사회화의 공로로 황조근정훈장을 수훈하고, 서울시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대통령실 새이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제9대 대한민국 디자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서울예고 교장,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 동서대학교 석좌교수이자, 현재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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