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식, 그는 도전했고 이루었다
이국식, 그는 도전했고 이루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5.01.2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단법인 한국목조건축협회 이국식 회장 4년의 기록
이국식 (사)한국목조건축협회 회장.

취임식마저 인터넷 줌(Zoom)으로 치러야 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시작된 이국식 회장의 임기는 한국 목조건축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4년간 (사)한국목조건축협회를 이끌며 목조건축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고, 정책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왔다. 목조건축의 철학과 가능성을 강조해 온 그의 노력과 성과는 협회의 성장과 시장 신뢰도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난 4년간의 발자취와 남겨진 과제를 짚어보고 한국 목조건축의 미래에 대한 그의 메시지를 들어봤다. 이 회장은 오는 2월 열리는 총회에서 신임회장에 바통을 넘기고 목조건축 전문기업 ㈜시스홈종합건설 대표라는 일선으로 돌아간다. <편집자 주>

“목조건축은 단순한 건축이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열쇠이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철학입니다.”

제11대 제12대 사단법인 한국목조건축협회 회장 이국식.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가 지난 4년간 협회를 이끌며 강조한 메시지는 하나다. 한국 목조건축의 기반을 다지고 더 큰 비전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 그는 목조건축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고, 협회의 내실을 다지며, 시장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이끌었다. 임기를 마무리하며 그가 이끈 성과와 남긴 과제가 재조명되는 이유다.

협회의 외연을 넓히다
이국식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협회의 대외적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그의 블도저 같은 리더십 아래 협회는 주요 기관 및 단체들과 잇달아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목조건축이 발전하려면 산업계, 학계, 관이 하나로 협력해야 합니다. 협회는 그 중심에서 조율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임기 동안 체결된 주요 업무협약은 굵직한 것만 9건에 달한다. 국립산림과학원, 대한건축사협회, 목재문화진흥회, 한국건축가협회 등 목조건축의 기술적 발전과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협력이 이어졌다. 특히 2023년 LG전자와의 협약은 목조건축과 첨단 기술의 접점을 찾아낸 사례로 주목받았다.

“목조건축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면 기술과의 융합이 필요합니다. LG전자와의 협약은 목조건축이 더 나은 삶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입니다.”

목조건축대전의 위상을 높이다
목조건축대전은 이 회장이 특히 애정을 쏟은 프로젝트였다. 젊은 건축가들에게 목구조 설계의 가능성을 알리고 목조건축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요한 통로로 자리 잡았다.

2023년 그는 국토부 장관상과 서울시장상을 목조건축대전에 포함시키며 대회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제는 국무총리상과 대통령상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목조건축대전은 단순한 시상식이 아닙니다. 젊은 건축가들이 목구조 설계에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게 하는 장이죠. 이 대회가 목조건축 시장의 문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참가 대학의 수는 매년 증가했으며 시상식은 이제 학계와 업계 모두가 주목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는 대회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심사 과정에서 협회의 관여를 최소화했다.

“대회는 공정성과 신뢰가 생명입니다. 협회는 플랫폼 역할에 충실했고 심사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겼습니다.”

전국의 건축 관련 대학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질 만큼 미래가 밝은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 

하지만 출판비 지원 정도에 그치고 있는 ‘주최자, 산림청’의 소극적인 재정적 참여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는 게 이 회장의 호소다.

이국식 회장.
이국식 회장.

정책적 기반을 다지다
이 회장은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 정책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주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목조주택 표준 품셈 개발이다.

“공사비 산출 기준이 없으면 시장은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목조건축이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이를 투명하고 명확하게 만드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그는 산림청과 협력해 단계별로 표준 품셈을 연구했고 경량목구조 공사비 산출 기준을 마련했다. 이제는 중량목구조 등 좀 더 다양한 유형의 목구조 건축물로의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이 외에도 목조건축 표준 시방서 제정, 탄소대체효과 평가 연구 등은 목조건축의 경제적 가치를 입증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그는 국토부와 협의해 내화, 단열, 고도 제한 해소 등 기술적 과제에도 도전했다. 특히 목조건축물 화재보험 한도 인상과 공공건축물 감리 매뉴얼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성과와 아쉬움 사이
많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제도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목조건축 활성화법의 미완이다.

“법이 없으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목조건축 활성화법은 시장 확장을 위한 핵심 기반입니다. 임기 내에 완벽하게 완성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내화와 단열 문제는 기술적 과제 중에서도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그는 목조건축이 탄소 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대안이지만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강조했다.

“내화와 단열 기준은 목조건축의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산림청과 국토부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미래를 위한 당부
퇴임을 앞둔 그는 다음 회장단에게 협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재정 안정성과 조직 확장을 당부한다.

“협회가 시장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려면 재정적 안정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5-스타 인증제와 같은 품질 인증 사업을 통해 수익 모델을 마련해야 합니다.”

산림청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목재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목조건축용 구조재의 등급 검사의 일부를 협회에 이관해야 합니다. 협회 회원사들은 모두 동업자인 동시에 경쟁자들입니다. 협회보다 이 일을 공정하고 전문성 있게 수행할 집단은 없습니다. 현재 우리 협회는 10명의 목재등급평가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젊은 건축가들에게 목조건축의 가능성을 알리고 시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목조건축은 지속 가능한 건축의 상징입니다. 젊은 세대가 목조건축의 가치를 이해하고 설계에 반영한다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입니다. 특히 전국 건축대학에 뿌리내린 ‘대한민국 목조건축대전’이라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업계와 산림청의 보다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대외 협력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협회가 중심이 되어 학계, 산업계, 관을 아우르는 협력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국토부 산하의 목조건축 관련 협회인 저탄소사회를지향하는목조건축협회와 목조건축기술협회 등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중요합니다. 국토부는 목조건축 발전에 있어서 산림청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퇴임 후 이 회장은 목조건축의 발전을 지켜보며 새로운 도약을 응원할 예정이다.

“목조건축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목조건축의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협회의 미래는 이제 다음 세대의 손에 달렸습니다. 그들을 응원합니다.”  /나무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