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계 등 목재산업계의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저 없이 ‘숨은 고수’의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이 있다. 10년 넘게 목재 오퍼 업무에 몸담으며 업계의 신뢰를 쌓아온 안형일 대표다. 이제 그가 메인트러스트(MAINTRUST)를 설립하고 러시아 추도보-알더블류에스(Chudovo-RWS) 사의 한국 시장 진출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사업 철학과 비전을 조명하고 러시아 자작나무 합판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다. <편집자 주>
MAINTRUST를 설립하게 된 배경과 주요 사업 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MAINTRUST는 제가 10년 넘게 쌓아온 목재 오퍼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이번 사업의 초점은 러시아산 자작나무 합판을 한국 시장에 다시 안착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서중에서 캐나다 톨코(Tolko) 사의 구조재와 OSB 제품을 10년간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목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됐습니다. MAINTRUST는 단순한 제품 공급을 넘어 시장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Chudovo-RWS와 협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Chudovo-RWS는 과거 핀란드 유피엠(UPM) 사가 운영하던 러시아 공장입니다. 이 공장은 노브고로드 주에 위치해 러시아에서도 최고 품질의 자작나무 원목을 사용하며, 2023년 두바이 기반의 지더블유피티(GWPT)가 인수한 뒤 재가동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LNG 선박용 자작합판처럼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공장은 과거 핀란드의 품질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어 신뢰도가 높고 한국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맞춤형 설비까지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강점들이 협력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최고 품질의 자작나무 원목을 사용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한국 소나무에는 춘향목이 있고 일본 스기에는 오비스기가 있듯이, 러시아에서는 노브고로드 주에서 생산되는 자작나무 원목을 최고로 칩니다. 자작나무 합판 생산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원목의 질에서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Chudovo-RWS 제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우선 품질입니다. Chudovo-RWS는 핀란드 UPM의 엄격한 품질 관리 체계를 유지하며 노브고로드 주에서 최고 품질의 자작나무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합니다. 연간 15만m³의 생산량을 자랑하며 그중 약 70%를 전세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시장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표면 가공을 더 부드럽게 처리하고 포장 단위도 한국 기준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을 마쳤거나,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품질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Chudovo-RWS는 어떤 제품을 주로 생산하며 이를 한국에 어떻게 공급할 계획인지 말씀해 주세요.
=Chudovo-RWS는 일반 자작합판(B/BB, S/BB, CP 등급), 바닥용 자작합판, 유로폼용 자작합판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연간 약 6000m³의 정도의 자작합판을 한국 시장에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3~4개의 주요 거래처를 선정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후 시장 반응에 따라 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 LNG 선박용 자작합판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한국 시장에 선보일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LNG 선박용 자작합판 생산을 확대할 예정으로, 이를 위해 추가적인 인증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생산량의 일부를 한국 시장 전용으로 할당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러시아와의 사업은 쉽지 않은 여러 도전 과제를 동반한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요. 이 부분이 ‘주요 거래처’들의 불안요소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와의 사업은 신뢰가 핵심입니다. 저는 20대 중반에 러시아에서 유학하며 그들의 문화와 비즈니스 방식을 깊이 이해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후에도 꾸준히 러시아와 교류하며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Chudovo-RWS 사의 마틴 헤르만슨(Martin Hermansson) 대표를 직접 만나서 협력체계를 갖추게 된 데에는 이런 러시아 유학 경험과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류와 관련해서는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한 철도 운송, 터키를 경유한 해상 운송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Chudovo-RWS의 역사와 성장 과정도 흥미로운데요.
=Chudovo-RWS는 1988년 소련-핀란드 합작회사로 시작됐습니다. 1990년 공장이 가동을 시작했고 2003년에는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일관생산 체계를 갖추며 생산량을 확대했습니다. 2006년 핀란드 UPM에 인수된 뒤 연간 11만m³ 이상의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에는 LNG 선박용 자작합판을 포함한 총생산량 200만m³를 달성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2023년 두바이 기반의 GWPT에 인수된 이후 연간 15만m³의 생산 체계를 유지하며 재도약하고 있습니다.
국내 자작합판 시장의 상황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현재 국내 자작합판 시장은 스베자(Sveza), 세게자(Segezha), 사이플라이(Syply), 무라신스키(Murashinskiy) 등 러시아산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중국산 제품도 유통되고 있습니다. 다만 경제 제재 등으로 인해 공급망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시장 재편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Chudovo-RWS는 이러한 상황에서 품질과 가격 면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목재 산업에 MAINTRUST가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요.
=MAINTRUST와 Chudovo-RWS의 협력은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한국 목재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것입니다.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서비스와 고품질 자작합판으로 고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앞으로 LNG 선박용 자작합판 같은 특화 제품은 물론, 건축용 목재 전반을 아우르는 차별화된 가치를 한국 시장에서 만들어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 목재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고자 합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