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채찍으로 썼다고 말채나무라나? 소는 코뚜레에 고삐를 매어 으레 곁에 서서 몰고 오는데, 북방의 눈 온 벌판을 달리는 두 필의 마차를 끄는 말을 느닷없이 연상해 본다. 우리 민족을 기마민족이라 했던가. 옛날에는 말을 타고 나들이를 했다지. 삼국 시대 신라의 통일을 주도했던 김유신의 말 얘기가 뇌리에 떠오른다. 기생 집으로 말이 행차를 해서 자신의 애마를 죽였다는 일화가 있다쟎은가. 그 이후로 주색(酒色)에 빠지지 않고 삼국 통일을 이루었다는… 우리나라 제주도에는 말 고기를 먹는다고 한다지.
말보다는 작은 당나귀도 있어, 백석 시인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도 애절하게 썼었지. 모양새를 보노라면, 크지 않은 작은 떨기나무(灌木)에다가 줄기는 빨간 자주색을 띄고 있다. 꽃은 하얗게 여름에 피고 흰 상아색으로 작고 동그란 열매를 단다.
언젠가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3월 초순 쯤일까? 국립 세종 수목원을 찾은 적이 있다. 실외보다는 당연히 실내가 관심일 수밖에 없는 시기… 온실로 가는 길 옆에 팥색처럼 자주색 줄기를 가누고 있는 키 낮은 나무 줄기! 잎은 필 생각이 없는 철이라 나무 이름표에 눈이 갔다. 흰 말채나무라고 되어 있다. 아니? 줄기가 자주색인데 왜 이리 이름이 붙었나? 나중에 안 일이지만 흰 꽃이 핀다고 흰말채나무(Cornus alba L)란다. 자잘한 꽃 무리에 코를 갖다 대니 봄날 흐드러지게 피어 벌을 부르던 달콤스런 회양목 꽃 내음이 난다. 노란 유채꽃이 그러하듯 십자화이다. 그러고 보면 꽃이 줄기보다도 먼저임을 알겠다. 아무렴~ 꽃을 보아야 씨를 맺을 수 있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음을…
흰말채나무 곁에서
말 채찍으로 널 쓴다면 너무 가혹하지
말없이 히히잉 거리는 두 눈은 검게 젖어있고
북방 어느 조상의 설원을 달리는 꿈을 꾸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라니!
주인님, 채찍을 휘두르지 말아 주세요
나도 뚬벅 뚬벅 소 걸음으로 한번 걷고 싶어요
나도 뚤레 뚤레 황새 걸음을 흉내내고 싶을 때가 있어요
때론 물 오른 말채나무 채찍을 얹은
나타샤 아씨를 태운 꿈을 꾸지
아니면 고갱이 그린
숲 속 하얀 말을
그리워 하든지…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