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110 -프리뮬러 (English Primrose)
나무와 꽃이 있는 창 110 -프리뮬러 (English Primrose)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4.1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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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어느 봄날 도심에 있는 Allan Gardens Conservatory를 찾았다. 주변 화단에 땅을 뚫고 음전하고 예쁘장한 꽃이 피었다. 500원 동전 만할까? 노랑, 진분홍 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앵초 목, 앵초 과란다. 그러고 보니 꽃잎이 여린 앵초를 많이 닮았다. 산과원 친정에서도 늦봄 함박꽃 다소곳이 핀 그 아래 낮게 연분홍(Pale Pink)으로 무수히 피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꽃잔디였는데 앵초라고 알던 적이 있었다.  우리 딸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 맡겨두고 독일 함부르크로 연수를 떠난 적이 있다. 어리디 어린 딸의 이미지가 마치 프리뮬러(English Primrose)같아, 보고싶어서 프리뮬러가 들어있는 시를 쓰며 보고픔을 달랜 적이 있다. 산과원에서 정년퇴임하며 펴낸 졸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에 시제(詩題) ‘꽃 애비뉴를 걸으며’로 수록되어 있다.

마차길 같이 좁으단/애비뉴를 걸으며/ 프리뮬러를 본다/ 은정이 같이/ 코너 극장의 프리마돈나 같이/ 사랑이 생각키운다/ 시크라멘의 뾰족이 내민/ 빨간 입술이 묻어 있고/ 푸우플렛/ 소박맞은 누이의 얼굴이/ 파르란 이파리 그늘에 싸여있다/ 구름 같은 정한을 안고/ 길 떠나는 3월의 애비뉴/ 시작과 같이 삶의 이마쥬가 떠오르고/ 피천득의 수필이 문득 서럽게/ 파고드는 3월의 애비뉴… 

고향의 어린 딸을 생각하며~프리뮬러

내가 널 두고 왔다.
이국 둔덕에 네가 피었더구나

고향 머리에 두고 온 딸

그 날 이국의 샘 가에서 
너를 닮은 한 소녀를 보았다

나이도 너쯤 될까?

샘 안을 들여다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날 밤 네 꿈을 꾸었다.
꽃 옆에 어린 네가 있더구나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꽃 
프리뮬러였는지도 몰라.

언제까지나 말끄러미 보고 있더구나.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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