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109 - 핑크뮬리
나무와 꽃이 있는 창 109 - 핑크뮬리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4.10.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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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고국에 어느 해 칠월에 갔을 때 동생네 식구와 저녁식사를 마친 후 강변공원쪽에 조성된  ‘핑크뮬리’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식물이라 그게 무엇인지 그냥 따라갈 수밖에… 구름다리에서 조망한 그것은 환상적이었다. 꽃도 아닌 것이 분홍 안개가 자욱히 풀밭 위로 내려 앉은 듯 착각이 들게 하는 길쭉하고도 가녀린 억새풀의 총체였다. 낮에 다시 한번 찾았더니 제 모습을 바로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분홍 쥐꼬리새’로 불려진단다. 핑크뮬리란 이름도 이쁘지만 ‘쥐꼬리새’라는 이름도 얼마나 이쁜지… 이곳을 찾는 연인들은 그 자그만 풀숲에 푹 빠져 연신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빴다. 제주 성산 일출봉 가는 길에 마주친 노란 유채꽃 무리에 진 배 없는 분홍 안개가 서린 꽃 파노라마랄 수밖에… 언제 이 이방인(異邦人)은 고향의 핑크뮬리(분홍 쥐꼬리새, 분홍 억새, Pink Muhly, Muhlenbergia capillaris)를 또 볼 수 있을까.

 

고향의 분홍 억새~ 핑크뮬리

안개가 끼인 날은 고향이 멀어 뵌다고
노래한 시인 선생님이 있었다

안개가 따로 없구나
핑크뮬리
그대 앞에서는

네 속에 들면
난 너를 찾고

너는 달아나 
내게 아주 안 나타날 것처럼

먼, 머언 안개꽃이 되고자 하였다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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