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와 개방성을 잡은 ㄱ자형 주거 해법
프라이버시와 개방성을 잡은 ㄱ자형 주거 해법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4.10.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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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청라의 한 택지지구, 이곳에 독특한 이름을 가진 주택이 완성됐다. ‘잉클링스 하우스’라 불리는 이 집은 단순히 주거 공간을 넘어, 책과 자연, 자유로운 일상을 누리고자 하는 가족의 꿈이 담겨 있다.

주택의 이름은 1930년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활동했던 문학 동아리 ‘잉클링스’에서 유래했다. 잉클링스는 C.S. 루이스와 J.R.R. 톨킨 같은 거장들이 모여 토론하고 교류하던 모임이었는데, 이 집 역시 그러한 교감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건축주의 마음에서 이름 붙여졌다.

각각의 지붕에 다른 경사각을 부여해 독특함을 줬다.
각각의 지붕에 다른 경사각을 부여해 독특함을 줬다.
각각의 지붕에 다른 경사각을 부여해 독특함을 줬다.
각각의 지붕에 다른 경사각을 부여해 독특함을 줬다.

독서와 자연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집
건축주는 독서와 농구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쌍둥이 형제, 막내 딸로 이루어진 5인 가족이다. 그들은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는 자유로운 공간을 원했다. 한때 독서 모임에서 우연히 읽은 한 건축가의 책이 그들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건축주는 단지 TV 속에서 보여지는 변화만을 느끼는 삶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자연을 만지고 경험하는 일상을 원했다. 특히 3명의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층간소음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했다.

커뮤니티실과 거실 사이에 있는 데크 공간.
커뮤니티실과 거실 사이에 있는 데크 공간.
커뮤니티 실과 바로 이어지는 출입문.
커뮤니티 실과 바로 이어지는 출입문.
주차장 카포트.
주차장 카포트.

건축주의 특별한 요구: 독서와 신앙, 그리고 자유
건축주는 집이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닌, 독서와 신앙, 사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소가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집은 독서 모임과 신앙 모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변화하는 자연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건물의 구조는 ‘ㄱ’자 형태로, 마당을 중심으로 주택 내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빛과 바람이 흘러들도록 했다.

주차장 카포트 바로 옆에 현관문을 배치했다.
주차장 카포트 바로 옆에 현관문을 배치했다.
주차장 카포트 바로 옆에 현관문을 배치했다.
주차장 카포트 바로 옆에 현관문을 배치했다.

마당을 품은 ‘ㄱ’자 구조와 프라이버시 확보
주택은 인천 청라의 택지지구에 위치해 있으며, 주변에 호수공원과 쇼핑센터 같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고층 아파트가 밀집된 환경이기 때문에, 건축주는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프라이버시 확보를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듯한 대지 위에 마당을 품은 ‘ㄱ’자 형태의 주택을 설계했다. 주택에 들어서면 중목구조의 넓은 공간이 펼쳐지며, 주방, 식당, 거실이 막힘없이 연결된 채로 한눈에 들어온다.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모두 1층에 배치해 소통을 강화했고, 개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공간은 2층에 배치했다.

외관은 세 가지 주요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덩어리는 서로 다른 소재를 사용해 입면에 다채로운 변화를 주었다. 이로써 외관은 단조롭지 않고,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러 소재의 세라믹사이딩으로외관을 구성했다.
여러 소재의 세라믹사이딩으로외관을 구성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한 실용적 자재 선택
건축주는 인천 지역의 미세먼지 문제를 고려해, 주택 외벽에 유지 관리가 용이한 세라믹 사이딩을 사용했다. 세라믹 사이딩은 강한 내구성과 외부 오염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나, 미세먼지 걱정 없이 깨끗한 외관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실용적이면서도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소재 선택은, 건축주의 실용적인 요구와 미적 감각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현관. (좌)팬트리 형식 신발장.
현관. (좌)팬트리 형식 신발장.

책과 자연을 품은 따뜻한 공간
공사 당시, 건축주의 아이들은 아직 어린 상태였기 때문에 벽지나 페인트 대신 삼나무 같은 자연친화적 소재로 마감했다. 삼나무는 벽면 하부와 천장에 포인트로 사용되어, 자연스러운 질감과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현관은 주차장과 가까운 배치로 날씨에 상관없이 쉽게 공간을 오갈 수 있게 설계되었다. 5인 가족이 생활하는 만큼 신발장이 아닌 별도의 슈즈룸을 만들어 외부 신발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은 이 집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공간이다. TV 대신 2층 높이의 책장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장은 천장의 구조목 간격에 맞춰 설계되어 자연스러운 일체감을 준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농구 골대가 설치돼 가족이 함께 활동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특히 육중한 목구조 보가 만들어내는 지붕선은 공간의 안정감을 더해준다.

주방과 식당은 거실과 이어져 있지만, 거실보다 층고를 낮춰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1자 구조로 배치된 주방과 식당은 아이들을 돌보며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마감된 주방 벽은 모던한 느낌을 주며, 나무가 많은 실내와 대조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층 거실. 2층 높이의 책장은 골조 보강과 구조적 결합을 병행해 설치했다. 책장 칸도 천장의 구조목 간격과 맞췄다.
1층 거실. 2층 높이의 책장은 골조 보강과 구조적 결합을 병행해 설치했다. 책장 칸도 천장의 구조목 간격과 맞췄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거실.
1층 주방과 식당.
거실과 물리적 구분 없이 자리한 1층 주방과 식당.
1층 주방과 식당.
1층 주방과 식당.
1층 욕실
1층 욕실. 데크 공간에서 출입이 가능하다. 여름에 데크 에서 물놀이를 하고 바로 몸을 씻기에 편하다.
1층 욕실
1층 욕실. 데크 공간에서 출입이 가능하다. 여름에 데크 에서 물놀이를 하고 바로 몸을 씻기에 편하다.

프라이버시와 개방감의 균형
2층에는 각 구성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된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부부 침실은 드레스룸과 욕실이 연결된 구조로, 생활 동선을 최적화했다. 또한 욕실에서 외부 테라스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부부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특히 브릿지는 부부 침실과 자녀의 방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 긴 복도는 투명한 유리 난간으로 개방감을 주며, 지붕 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와 항상 밝은 느낌을 준다. 막내딸이 가장 사랑하는 이 공간은 가족이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쌍둥이 형제의 방은 현재는 하나의 큰 방이지만, 필요에 따라 두 개의 방으로 나눌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복층으로 이루어진 방은 아래층을 공부 공간으로, 위층을 침실과 놀이 공간으로 나누어 쓸 수 있으며, 침대는 단차를 두어 아늑하게 계획되었다.

작은 세 번째 자녀 방은 커뮤니티실과 연결된 계단이 있어 필요시 손님을 위한 게스트룸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이다.

2층
2층 테라스.
2층
자녀방과 부부침실을 잇는 긴 브릿지.
2층
자녀방과 부부침실을 잇는 긴 브릿지.
2층
2층 부부침실.
2층
2층 욕실.
2층
2층 쌍둥이 방.
2층
2층 쌍둥이 방.

가족과 외부를 위한 소통의 장
커뮤니티실은 이 집에서 중요한 공간 중 하나다. 독서 모임과 신앙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커뮤니티실은, 작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천장을 높여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또 주방과 욕실을 갖추고 있어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본채와도 연결되어 있다. 커뮤니티실은 외부 손님을 위한 별도의 출입문도 갖추고 있어 외부와의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손색없다.

자연과 교감하는 외부 공간
주택 외부 공간은 자연을 중시한 설계로 이루어졌다. 높고 낮은 담장과 수목이 마당을 둘러싸고 있어,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마당과 건물이 하나로 연결되는 개방감을 준다. 특히 커뮤니티실로 이어지는 ‘명상의 길’은 손님들이 정원을 거닐며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외벽은 세라믹 사이딩으로 마감되어 유지 관리가 용이하고, 다양한 색상과 질감이 매스별로 구분되어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형성한다. 마당과 건물의 경계를 흐리면서도 조화로운 외부 공간을 제공해 주택과 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했다.

커뮤니티실.
커뮤니티실.
커뮤니티 실의 손님들이 드나들 수 있는 진입로.
커뮤니티 실의 손님들이 드나들 수 있는 진입로.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일상을 누리는 집
‘잉클링스 하우스’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가족의 철학과 소망을 담아낸 특별한 공간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독서와 신앙을 나누는 이 집은,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 자유로운 일상을 누리며 가족이 소통할 수 있는 최적의 주거 공간이다.    /나무신문

1층 평면도
1층 평면도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건축개요
대지 위치▷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
대지면적▷380.50㎡(115.10평)
건물규모▷지상 2층+다락
거주인원▷5명(부부, 자녀 3)
건축면적▷132.09㎡
연면적▷190.10㎡(57.50평)
구조▷중량목구조
설계▷스튜디오 인플럭스(이우진 소장)
시공▷수미가(정용운 대표)
사진작가▷변종석

단면도
단면도
단면도
단면도

자재개요
외부 마감재▷NICHIHA 세라믹 사이딩+NICHIHA 금속 사이딩
단열재▷수성연질폼 105㎜+스카이텍 8㎜
담장재▷노출콘크리트
창호재▷YKK AP APW 430 / KCC창호
현관문▷YKK AP INNO BEST D50
지붕▷NICHIHA 요코단 루프 S
실내 도어, 마루▷EIDAI SKISM S
수정 등 욕실 기기▷아메리칸 스탠다드
목재▷실내 벽, 천장_삼나무 / 실내 거실 천장_2×10 경량목구조 노출시공

 

스튜디오 인플럭스 이우진 소장
스튜디오 인플럭스는 한국 건축,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근대성을 탐구하고 해석하여 글로벌 시대에 유의미한 건축적 보편성을 획득하는데 목적을 두고 2012년 설립됐다.
주 업종인 건축설계를 비롯하여 인테리어 설계, 건축 기획, 건축행사 기회, 출판, 디자인, 미술, 교육 등 건축을 매개로 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그룹과 연계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사명인 studio(in)flux는 현대성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유동성의 획득을 위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스튜디오를 견지하자는 태도를 담고 있다.
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성에는 비판적이되 배척하지도 답습하지도 않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하드웨어로서의 건축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정운용(일본 건축사)
건축으로 삶을 설계하는 주택 브랜드 수미가의 대표다.
지킬 수(守), 아름다울 미(美), 집 가(家).
아름다움을 지키는 집이라는 의미로 삶 속의 다양한 아름다운 순간들을 주택의 공간을 통해 지속시키며, 건축주의 행복을 지켜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간결함의 멋, 안전, 책임감이라는 수미가의 핵심가치로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형태 또한 삶을 즐기는 데에 있어 충분하다는 미의식을 가지고,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움을 수미가의 간결한 공간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또한 이 아름다움이 순간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30년 경력의 일본인 건축명장과 함께 집을 짓는 처음부터 완성까지 고객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에 책임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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