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지 | 다카마츠, 오카야마 일대 목조 건축물, 나오시마 건축물
배재대학교 건축학과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시행하는 ‘건축설계인재육성사업’에 선정돼 지난 7월24일부터 28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목조건축 답사를 다녀왔다. 김민제, 박충연, 임소정 학생의 답사 보고서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마루가메시 이노쿠마 겐이치로 현대미술관
마루가메시 이노쿠마 겐이치로 현대미술관은 역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역전 미술관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 이름이 기억에 남는다. 역전 미술관 입구에 있는 노란색, 빨간색 조형물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단순한 네모 형태의 미술관이 보인다. 내부로 들어가면 크고 폭 넓은 유리창을 활용한 설계가 돋보인다.
언뜻 보면 단순한 구성이지만 미술관 내부로 들어오는 햇빛은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중앙의 큰 아트리움은 모든 층에 개방감을 준다.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가면 사람의 시선에 맞게 위치한 유리창을 통해 일본 소도시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로 가기 위해선 양쪽이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복도를 지나야 하는데 이 또한 단순한 느낌을 주지만,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그로 인한 그림자, 유리 너머 풍경과 사람들의 움직임이 그 공간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이 미술관에 묻어 있는 단순함이 전시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줬다.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다 보면 외부공간과 수공간, 카페가 나온다. 카페에 앉아서 유리창을 통해 경치를 바라보며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카페 옆의 길고 큰 외부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자연스럽게 미술관 바깥으로 나올 수 있다. 동선이 정말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준코 후쿠타케 홀
경사진 지붕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설계된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높낮이가 다른 지붕과 지붕 사이로 들어오는 빛, 유리와 얇은 기둥들로 이루어져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밝은 분위기의 공간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SANAA는 열린 건축, 가벼운 건축, 소통의 건축이 특징인데 준코 후쿠타케 홀이 그 특징들을 정말 잘 담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대강당은 폐쇄적인 느낌의 공간인데 이곳은 가벼운 커튼으로만 영역이 구분되어 있고, 유리로 둘러싸여 있어서 폐쇄적이지 않다. 커튼을 치지 않았을 때는 개방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커튼을 쳤을 때는 생각보다 빛이 잘 차단되어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방음은 전혀 되지 않아 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주변에서 모두 알 수 있는데 이 또한 SANAA의 가볍고 투명한 건축 특징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바닥과 지붕의 자잘한 상처들은 경사진 지붕을 통해 떨어지는 빗물들을 통해 자연적으로 생겨난 세월의 흔적이라고 한다. 이런 결과가 있을 것을 미리 알았음에도 목재를 이용해 준코 후쿠타케 홀을 설계한 과감한 행동력과 결단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홀의 바닥이 경사져 의자들을 바닥에 고정시킨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 같다.
오카야마대학 공육공창코몬즈
오카야마 대학내에 있는 강의실로 사용되는 목조건축물인데 철골구조와 접목해 독특한 외형이 인상적이었다. CLT사용된 건축물인데 나무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던거 같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로 철골트러스 캐노피가 있는데 이 건축물의 독특한 특징으로 보여졌다. 외부에 목재들엔 가공하면서 생긴 검은 점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입면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였던거 같다.
준코 후쿠다케 테라스
하나의 긴 철재 지붕이 하나로 쭉 이어져있는게 인상적이었던 테라스다. 또한 sanaa의 건축물답게 얇은 기둥들이 많이 박혀있는데 이 일체지붕과 잘어울리는 형태였다. 입면엔 곡선의 유리창이 둘러져있는데 내부가 다 보이는 투명함이 하얀색의 건축물과 어우러진 느낌이 좋았다.
키비츠 신사
한국의 궁이나 절과는 확실히 느낌이 다른 일본의 전통건축물이었던거같다. 오래되어서 그런지 고풍스럽기도 했고 일본 목조 건축의 느낌이 좋았던거같다. 날씨도 좋아서 푸른하늘에 있는 오래된 신사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신사 밑에 엄청나게 크고 두꺼운 기단도 인상적이었고 신사 옆으로 언덕을 따라 길게 이어진 복도는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보는 것도 참 좋았다.
키비코겐 N스퀘어
쿠마켄고 건축가가 설계한 키비코겐 스퀘어이다. 여러갈래로 뻗어진 입면의 외형이 인상적이었고 CLT를 이용한 건축물이고 1층엔 카페, 2층엔 공유오피스가 자리하고 있다.
들어갔을 때 느낌은 목조의 천장, 벽체의 느낌이 좋았고 유리창도 쿠마 켄고가 고수하는 투명성이 높은 유리창을 썼다고 설명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정면에 높고 넓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더 잘보여서 카페 안에 앉아있을 때 참 좋았던거같다.
메이켄공업
CLT를 제조하는 회사다. 공장 견학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 회사의 오피스건물이 너무나 독특하면서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개방적이면서도 마름모의 구조체가 인상적이었고 나중에 근무를 한다면 이런 사무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철골과 접목되어진 형태가 독특했는데 마름모 목조구조체 사이로 철골 구조를 끼워넣어 구조적 안정을 더했다. 그리고 직원분들이 너무 잘 설명 해주셔서 설명을 듣는 내내 좋았던거같다.
나리와 미술관
나리와 미술관은 2층부터 관람하도록 되어 있어서 입구를 헷갈릴 수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나리와 미술관은 굉장히 웅장하다. 자연 경관을 고려해서 설계해 콘크리트와 수공간, 하늘과 푸른 숲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느껴진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답게 코너를 돌면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그래서 동선을 따라 걸을 때마다 기대를 하게 만드는 건축물이다. 카페와 연결되어 있는 1층의 수공간은 웅장하면서도 고요해서 마치 다른 공간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에 프로젝트
이에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설계하고 건축한 공간들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건축물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역사를 느끼고 이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많은 건축물들 중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나미데라가 가장 인상 깊었다. 미세한 빛조자 없는 곳에서 어둠에 익숙해질 때쯤 보이는 안개같은 것은 정말 드라이아이스를 설치해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했다.
베넷세하우스 뮤지엄 갤러리
베넷세하우스 뮤지엄 갤러리는 전시 곳곳에 외부 공간이 배치되어 있어서 외부와 내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갤러리의 큰 창문들은 바다의 액자 역할을 해, 자연경관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처럼 건축물이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특히, 중앙에 큰 원형 공간에서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 비춰지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미술관은 동선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가고 싶은 대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공간을 다시 찾아가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지중미술관
지중미술관은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점이 정말 아쉬웠다. 지중미술관의 대부분이 지하에 위치해 있어서 건축물 자체가 주변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건축물이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다. 마치 숨겨진 보물 같은 느낌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콘크리트와 자연광을 이용한 공간이 돋보인다. 햇빛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그것이 전시된 작품들과도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도 다다오 다운 건축물이다. 내부가 미로처럼 설계되어서 길을 잃었는데, 이러한 설계로 인해 건축물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고, 다시 한 번 공간을 탐험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