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저탄소사회를지향하는목조건축협회(회장 김종헌, LOWCA 저탄소목건협)의 ‘산림 선진국 해외연수’가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의 일정으로 일본 고치현 일원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는 △저탄소목건협 김종헌 회장(배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김형석 삼익산업 부사장, 공강민 한다움건설 대표, 이승환 영림목재 대표, 이학용 편백마리 대표, 원유상 우드선 대표, 박준승 엔에스홈 부장, 김병채 케이피시시 센터장, 김원천 참우리건설 대표, 정용운 수미가종합건설 대표, 박종혁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김소라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안용한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유이화 ITM유이화건축사사무소 대표 △원주시청 주미영 건축과 팀장, 심봉석 건축과 주무관, 김주영 산림과 팀장 등이다. 또 한겨레신문 노형석 기자도 시찰에 함께 했다.
벌목에서 제재 가공, 최첨단 CLT 목조건축까지의 ‘모든 것’
‘일본 고치현 산림육성과 목재활용에 대한 현장시찰’을 주제로 진행된 시찰은 △산림육성과 활용 및 목재산업 현장시찰 △목재산업진흥 및 탄소중립 정책 정보공유 △목재산업 인재육성 벤치마킹 등을 목적으로 저탄소목건협이 주최하고 고치현목재협회, 니요도가와초, 니요도가와임업협동조합 등이 공동 주관했다.
고치현 삼림조합연합회 사옥시찰을 시작으로 진행된 일정은 고치현 산림기술센터 및 고치현립 임업대학교, 니요도가와초 임업진흥센터와 벌목현장, 이케가와목재 제2공장과 제4공장(제재공장) 및 니요도가와초 임산묘목센터, 니요도가와 임산협동조합 목재집재센터 및 우드테크노 대단면 집성재 공장, 우드테크노 프리컷 공장 및 목구조 신사옥, 고치목재센터 등 시찰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는 고치현청 목재·환경부 주관으로 한국측 참석자와 일본 관계자들이 함께한 ‘탄소중립 목재산업 진흥정책 간담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본에서는 1등 ‘도사 히노끼’, 한국에서도 특별한 ‘코노키’
일본 산림율 1위를 자랑하는 고치현(高知県)은 전체 면적의 84%, 60만㏊가 임야인 일본 굴지의 산림 중심지다. 인공림율도 65%로 일본 2위. 2019년 기준 삼나무 생산량은 29만6000㎥으로 일본 13위, 편백나무 생산량은 22만9000㎥으로 일본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이 지역 편백나무(히노끼)는 ‘도사 히노끼’, ‘하타 히노끼’, ‘시만토 히노끼’ 등으로 불리며 일본에서도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목재 중심부의 붉은 빛이 선명하고 향이 강하면서 유지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세월이 지날수록 광택이 나고 내구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치현 히노끼는 한국 시장에서도 이러한 우수성을 인정받아서 ‘코노키(Konoki, 코치현+히노키)’라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히노끼와는 다른 이름으로 구분돼 판매, 사용되고 있다.
삼나무 역시 심재 부분이 연한 분흥색을 띄는 ‘야나세 스기’과 곧고 통직하게 자라서 구조재로 적합한 ‘레이호쿠 스기’ 등이 유명하다.
고치현립 산림기술센터는 육림부터 원목 생산, 목재 가공과 이용까지 고치현의 산림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 개발 기관이다. 특히 목재가공 분야 연구에 있어서는 일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각종 실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크리프 시험, 휨강도 시험, 접합부 강도성능 시험, 바닥 구조재 수평내력시험, 토벽 내력시험, 목재 열처리시험, 건조시험, 접착 겹보의 접착성능시험, 바닥난방용 원목 열내구시험 등을 수행하고 있다.
원목 가격의 60%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것…임업진흥과 환경보호는 같은 것
니요도가와초(仁淀川町)는 전체 면적의 89%, 약 2만9000㏊가 산림이다. 대부분이 인공림으로 관리되고 있는데, 사유림 면적 2만5888㏊ 중 인공림은 74%에 달하는 1만9128㏊를 기록하고 있다. 또 대부분이 40년생 이상으로 벌기령을 맞이하고 있다.
이 지역은 특히 가족경영 임가가 많은 것이 특징으로, 간벌이나 작업도 개설, 간벌재 운송 등에 대한 각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벌채 장비 구입비의 90%까지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또 한 번에 개벌할 수 있는 면적은 100㏊인데, 필요에 따라 100㏊까지 추가할 수 있다. 아울러 벌채시 개설한 작업로는 원상복구 하지 않고, 이후 조림이나 숲가꾸기 등에 작업로로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 번에 개벌할 수 있는 면적은 35㏊, 작업로 역시 벌채 후 원상복구가 원칙이다.
이케가와목재공업 오하라 마사히로(大原 栄博) 대표는 “원목 가격의 60%는 국민의 세금이 포함된 것으로,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원목 가격이 그만큼 높아졌을 것이라는 의미”라며 “가공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재산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초대교장 구마 겐코 ‘고치현립임업대학교’…목조건축 지원엔 수입재 차별없어
임업 및 목조건축 인재양성에 특화된 고치현립임업대학교는 기초과정 20명과 전공과정 30명 등 총 50명을 정원으로 하고 있다. 전공과정은 산림관리 10명, 임업기술 10명, 목구조설계 10명 등으로 각각 구성된다. 교수 등 교직원은 교장을 제외한 1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초대교장은 구마 겐코(KUMA KENGO)다. 일왕 부부가 다녀갔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곳으로 취업률 100%를 자랑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현재 ‘탈탄소 사회 실현에 이바지하기 위한 건축물 등에서의 목재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기반으로 목조건축에 대한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법률에 의한 지원에는 국산재와 수입재의 차별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 등을 이유로 산지를 지정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
이번 시찰에서 일본으로 제공받은 CLT 건축상세, 임업진흥센터 실시도면, 탄소 목재사용 고정량 인증제도, 고치현립임업대학교의 인재 양성제도 등 각종 자료는 저탄소목건협으로 연락하면 받을 수 있다.
에필로그
2일차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저녁, 온천으로 유명하다는 일본 산골 도시의 밤은 일찍 찾아왔다. 그야말로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는 것은 자판기 불빛뿐. 객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온천장에서 밀려난 김병채 센터장과 김형석 부사장 그리고 나, 세 사람은 자판기 생수나 뽑아서 서둘러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낯선 땅 낯선 기계 낯선 어둠과 씨름하고 있는 바로 그때, 자판기 작은 불빛 속으로 일본 사내 한 명이 불쑥 들어왔다. 당황할 틈도 없이 오전 ‘행사’에서 인사말을 했던 코미 미노르 촌장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마침 집이 근처인데, 우리를 발견하고 스스럼없이 다가온 것이다.
그의 손에 이끌려 어둠 속에 반딧불처럼 박혀 있는 선술집으로 향했다. 코미 촌장은 목조주택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미래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술자리는 자정이 다 되도록 이어졌고, 나는 이 사람들이 ‘행사’가 아니라 ‘진심’을 행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든 다시 와달라는 말과 함께 그날 밤 코미 촌장이 주고 간 부채를 부치며 우리는 이미 이렇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