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98 - 버즘나무
나무와 꽃이 있는 창 98 - 버즘나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4.04.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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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나무 껍질에 버짐이 핀 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종종 플라타너스(Platanus)로 더 불리우는데 이곳에서 만나는 버짐나무의 수세(樹勢)는 웅장 그 자체이다. 넓다란 잎과 동그란 씨, 게다가 그 옆을 스치면 풍겨주는 특유의 피톤치드로 대번에 플라타너스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학명으로 인지되는 플라타너스를 볼 때 버짐나무-살갗에 버짐이 핀 나무-로 통칭하는 것이 맞겠다.

수원 서둔벌의 농대 학창시절 나무 목공실로 쓰이던 캔버스 건물 앞에도 아름드리 버즘나무가 있었다. 나무 재질이 단단해서 마르면 못도 잘 안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 세미트리에 두 종(種)의 아름드리 교목이 눈에 띈다. London Planetree, Platanus x acerifolia, Platanaceae, Europe, Tree ID: 11904 이름표를 달고 있다. 나무를 판재로 켜서 대패질을 하면 이쁜 반점 무늬(紋樣)가 나타나는 고운 면을 얻을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일까? 그런데 또 왜 대패질 나무(Planetree) 앞에 런던(London)은 붙었을까? 영국 어느 가로에 가면 이 잎 넓은 나무를 만날 수 있으려나? 이 나무로 옛날 대패질하여 고운 정원용 식탁이라도 만든 것일까? 수목사(樹木史)를 모르니 그냥 궁금하며 자유로운 공상과 추측도 가능하게 해 준다. 

또 한 켠에선 양버즘나무로 불리어지는 Eastern Sycamore, Platanus occidentalis, Platanaceae, North America, Tree ID: 14209를 달고 있다. 전자(前者) 수종의 경우 플라타너스(Platanus)가 교잡에 쓰였기에, 그 교잡으로 태동한 수종에 ‘플라타너스’라고 이름 붙여 부르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래 전부터 플라타너스라고 불러 왔기에 굳이 바꾸고 싶지 않다면 그리 불러도 되지 않겠나 한다. 마치 우리말 수수꽃다리를 두고 라일락으로 부르는 것처럼. 수피를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나서 전자가 매끄리한 갗에 얇은 켜의 들뜬 조각(片)이 덤성덤성 붙어있다면, 후자는 도톰한 세편(細片)이 촘촘히 갗에 타일처럼 박혀 있어 남성미가 느껴진다고 할까?

서울 공릉동 육군 사관학교가 있는 거리에 가로수로 심겨져 있는 너른 품새의 플라타너스, 그리고 내 친정 산과원을 나와 있는 세종대왕 기념관 영릉 앞 플라타너스들이 보고 싶다. 가을 어느 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우산 하나 받쳐들고 포도(鋪道)를 휘적휘적 걷다가 곱게 노랗게 갈잎으로 누운 잎새 하나 주워 들고 싶다.   

버즘나무 길 위에서

공릉동을 가고 싶다
우두커니 서 있는 플라타너스
그늘에 들고 싶다

그 하늘 휘어다 보다가
어느 새가 낳은  듯
알도 바라보다가…

공릉동에 가고 싶다
우두커니 서 있는 길
그 길을 걷고 싶다

버짐 한껏 피우고도
탓하지도 않은 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 하늘 아래 서고 싶다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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