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12 - 글·사진 ; 서진석 박사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
자작나무 서정(白樺 抒情)
강원도 산골 눈 내리는 날
원대리 자작나무 숲 가고 싶다
백옥 피부 백설 공주가
흰 눈 오는 날
자작나무 아래에 서 있다
누가 더 하얄까?
일곱 난쟁이가 꾸는 꿈은
무지개 색?
아니면 때묻지 않은 바탕의 흰 색?
모지스 할머니가 보내온
크리스마스 카드에
백설공주, 흰 눈, 자작나무
모두 하얀 꿈으로 그려 넣었다
자작나무
자작나무- 불에 탈 때 자작 자작거리며 탄다고 자작나무인가! 사실 껍질이 얇게 목질부(木質部)로부터 벗겨지며 거기에 글자를 새겨 넣어도 좋을 만큼 왁스질이 있어 옛날에는 종이 대신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닐 성 싶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여름내 달고 늘어뜨린 가지의 이파리들이 노랗게 물들더니만 나무의 본체(줄기, 樹幹)와 이별하고 있다. 집 뒤뜰 한 켠에 선 자작나무를 보면 ‘오성과 한음’ 얘기가 떠올라 실소(失笑)를 머금게 된다. 내 집에서 났으되 담장을 넘어 이웃집 뒷마당 위에 천막을 치고 있으니... 그것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취약한 가지들이 떨어지거나 눈이 와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다면...
열매는 마치 오리나무의 길쭉한 형태를 닮았고, 나무의 껍질(수피, 樹皮)은 눈(雪)을 맞은 듯이 하얗다. 겨울에 먼 데서 보면 마치 눈이 온 것처럼 온유(溫柔)한 모습으로 서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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