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건축은 목구조가 주도할 것…한국 시장 발전은 건축법 개정이 선결과제
[나무신문]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 18층짜리 목구조 빌딩이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목구조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건물의 자재생산에서 시공 전반을 맡은 캐나다 스트럭쳐램(STRUCTURLAM, www.structurlam.com) 사 콜린 코너후스(Colin Chornohus, Intermational Sales Manager)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종로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설계 협력사인 캐나다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www.eqcanada.com) 사의 로버트 말지크(Robert Malczyk, Principal) 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편집자 주>
Q 방문 목적을 말해 달라.
A 아직 진행 중이어서 밝힐 수는 없지만, 현재 서울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또 국립산림과학원에 초청돼 목조건축 세미나를 진행했다.
Q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A 우리 회사는 지난 1962년 설립됐으며 글루램, CLT 등 엔지니어우드(공학목재)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규모이며 북미에서는 가장 크다. 100명이 넘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특히 한 대에 수백억원 하는 기계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Q 한국 소비자들은 아직도 주택이나 건축물은 콘크리트나 철구조로 지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왜 목구조로 지어야 하는 지 설명해 달라.
A 환경과 안정성, 공기단축과 같은 경제성에서 목구조가 훨씬 유리하다. 때문에 북미를 비롯한 유럽 등에서는 목구조건축이 활발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목재는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에 친환경성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아울러 목재가 콘크리트나 철구조에 비해 지진이나 화재에 훨씬 안전하다는 것 또한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Q 한국에서는 아직 새로운 이야기다.
A 불이 났을 때 콘크리트나 철로 지은 구조물은 임계점에 이르면 폭삭 주저앉아버린다. 하지만 목재는 그렇게 무너지는 일이 거의 없다. 한 예로 목재를 집성해 만든 글루램으로 건물을 지을 때 접합철물을 사용하는데, 요즘에는 이 철물을 모두 목재 안에 숨기는 추세다. 이것은 미적인 효과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화재에 약한 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그만큼 목재가 철보다 화재에 강하다는 이야기다.
Q 공기단축과 경제성 이야기는 무엇인가.
A 우리가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 18층짜리 목구조 건물을 지었는데, 완공까지 9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 콘크리트로 했으면 못해도 시간이 세 배는 더 걸렸을 것이다. 아울러 목재는 콘크리트에 비해 여섯 배 정도 가볍기 때문에 기초도 그만큼 덜 해도 되는 잇점이 있다.
최근 건축물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지진만 하더라도 목구조보다 안전한 건축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목재는 지진이 나면 스스로 움직이면서 버티지만 콘크리트나 철구조물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 전 세계는 대형 목구조건축이 콘크리트와 철골조 건축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의 건축은 목구조가 주도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Q 목구조건축은 기본적으로 높이의 한계가 있지 않은가.
A 기술적으로 40층까지는 목구조건축이 가능하다는 게 현재 우리 회사의 판단이다. 밴쿠버에 이미 완공된 18층짜리 목구조건물 이외에도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24층까지 건물을 계획 중에 있으며, 캐나다의 또 다른 곳에서도 23층 건물이 진행 중이다. 조만간 10층에서 20층은 물론이고 30층까지의 목구조건물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높은 건물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Q 어떤 연구결과 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나.
A (로버트 말지크 씨) 우리 회사는 최근 핀란드 모 목재관련 회사의 의뢰를 받아서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목구조로 지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설계와 시뮬레이션 결과 목구조로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알다시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102층이다.
Q 한국에서도 목조건축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목구조건축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전 세계 목구조건축 발전 속도를 보면 유럽이 가장 앞서고 있고 북미가 2등, 일본과 뉴질랜드가 3등을 달리고 있다. 한국은 그 다음으로 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목조건축 시장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목구조건축의 층고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건축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또 산림과학원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산재를 이용한 실험적 목구조건축 프로젝트들에 대한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Q 끝으로, ‘아기돼지 삼형제’를 보면 벽돌로 지은 집이 가장 좋다.
A (로버트 말지크 씨) 언제 적 이야기를 하고 있나. 요즘은 미군 벙커도 목재(CLT)로 만드는 세상이다. 또 미국 주택에 들어가는 토네이도 피난시설도 CLT로 짓는 게 일반화 돼 있다. 지금은 돈 없는 사람들이나 벽돌을 쓰는 시대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