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113 - 라넌큘러스(Persian Buttercup)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라넌큘러스(Persian Buttercup)! 처음 본 꽃이 뭉치꽃 모양으로 여러장의 보드라운 꽃잎이 포개져 피었다. 이곳 꽃가게 앞에 봄철 내놓은 이 꽃을 처음 대하고 이름표를 유심히 본다. 왜 이름이 이렇게 붙여졌을까? 인터넷 검색을 해 본다. 꽃의 시원(始原, origin)을 알고자 함이다. 이 꽃 이름을 대하면서 무심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쾌락주의를 표방헸던 에피큐러스 학파가 떠오른다. 아무 연관이 없음에도 접미어의 큘러스(Culus)가 들어있음이다. 꽃말은 매혹, 매력이라니 그 말대로다. 이 곳에서 만난 수목들 중에 ‘Persian’이 들어간 것은 느릅나무(Persian Elm), 골담초(Persian Peashrub)가 있다. 무심히 꽃가게 앞을 지나다가 마주친 봄꽃! 진달래를 부른 마야의 얼굴 같이 동그마한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꽃이 동그레하니 탐스럽고, 풍성하니 복스러운 느낌을 안겨준다. 우리가 즐겨 먹는 미나리, 쑥갓 같은 이파리를 달고 있어 더욱 친숙하니 마음에 와 닿는다.
라넌큘러스(Ranunculs) 옆에서
꽃 가게 앞에서 너를 처음 보았다
풍성한 얼굴 몸매의 아씨가 떠올랐다
부잣님 새악시, 마님의 이마쥬가 떠올랐다
아이~ 이쁘라
어쩜 이리도 복스럽게 생겼느냐며
뚜쟁이 할멈이 내놓던 옛 사진 속의 여인도 그랬다.
막 화장한 듯, 안한 듯
동그마하니 안 잊히고
또렷이 다가오는 얼굴이 그랬다.
풍성한 꽃잎들 사이
봄바람이 떨리고 있었다.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