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한라산이 집 안으로 들어온, 제주도 귤밭 사이 집

2024-12-18     서범석 기자

귤밭 너머로 펼쳐진 바다, 뒤로는 한라산 자락이 보이는 풍경. 제주도 남원읍 위미리에 자리 잡은 이 주택은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에서의 바쁜 일상을 벗어나 몇 년 뒤 정착할 집을 고민하던 부부는 대지의 매력을 살려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자연과 지형을 품은 설계
주택은 남북으로 긴 대지에 자리 잡았다. 남쪽으로는 멀리 바다가,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이는 이곳은 귤밭과 돌담이 어우러져 제주 특유의 풍경을 품고 있다. 건축주는 ‘이 모든 풍경을 집 안에서도 온전히 느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설계를 의뢰했다.

대지는 북쪽으로 2.5미터의 고저차가, 동서로 1.8미터의 경사가 있어 이를 설계에 반영했다. 건축물은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진 2층 매스와 경량 목구조로 지어진 단층 매스,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서로 다른 재료와 형태는 강렬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전체적으로 균형감을 잃지 않았다. 사선으로 엇갈린 배치는 건물에 그림자를 드리워 깊이감을 더하고, 외부 공간을 자연스럽게 나눠준다.

집 안에서 만나는 제주
이 주택의 특별함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내부 공간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외부의 고저차를 반영한 설계로 층마다 공간의 높이가 다르게 구성됐다. 

1층에는 주방과 식당, 거실, 부부 침실이 자리하고 있다. 주방에서 귤밭과 중앙정원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구조는 시각적으로 확장감을 준다.

2층은 부부의 취미 공간과 게스트룸으로 꾸며졌다. 특히 바다를 향한 작은 테라스는 저녁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기에 안성맞춤이다. 내부에서도 외부 풍경을 끌어들이기 위해 곳곳에 통창과 띠창을 배치했는데, 이 창문들이 한라산과 귤밭, 바다를 다른 각도에서 담아낸다.

디테일이 빛나는 공간
주택은 작은 디테일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단층 매스의 외벽은 벽돌 쌓기 패턴으로 독특한 질감을 표현했고, 경사지붕은 제주 자연의 리듬을 닮은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외부 공간은 붉은 자갈과 현무암 판석으로 꾸며졌고, 건물 사이에 생긴 중앙정원은 현관 통창을 통해 집 안으로 자연스러운 빛과 공기를 끌어들인다.

주방과 BBQ 공간을 연결하는 동선, 아내를 위해 마련한 요가 평상 등은 생활의 편의와 여유를 모두 담아냈다. 높은 층고를 살린 가족실은 오디오 감상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부부의 취미와 생활 방식을 섬세하게 반영했다.

자연과 쉼이 머무는 집
제주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이 주택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지형을 살린 설계와 재료의 조화, 그리고 내부 공간의 세심한 구성은 자연 속에서의 휴식을 꿈꾸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귤밭과 바다, 그리고 한라산. 이 모든 풍경을 집 안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자연과 건축이 만들어낸 완벽한 쉼터다.  /나무신문

 건축개요
위치▷제주도 남원읍 위미리
용도지역/지구▷계획관리지역
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경량목구조
대지면적▷491.00㎡
건축면적▷123.05㎡              
건폐율▷25.06%
연면적▷192.05㎡              
용적률▷39.11%
            1층(주택면적)▷123.05㎡
            2층(주택면적)▷69.00㎡                                        
설계▷(주)유타건축사사무소(김창균 대표)
시공▷JD홈플랜
사진작가▷순그라피 김창순, aquifoto 이재우

자재개요
지붕▷알루미늄 징크 마감
외벽▷브릭코 벽돌, 갈바 위 지정색 도장
내부 천장▷지정도장
내벽▷지정도장
바닥▷원목마루, 자기질 타일
외단열▷비드법2종1호(가등급), 
             비드법 2종2호(가등급)
중단열▷단열재 R21-15, R32-15
계단실 디딤판▷원목
계단 난간▷환봉난간, 강화유리난간
창호▷이건창호
주방기구▷벨로크리에이티브
위생기구▷아메리칸 스탠다드

김창균 UTAA 건축사사무소 소장
1971년생으로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해병대사령부 건축설계실, 에이텍건축 등에서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며 실무경험을 쌓았고, 2009년 UTAA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당진시 공공건축가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상’, 목조건축대상, 경주시 건축상, 스틸하우스 건축대전 최우수상, 경남건축대전 대상 등을 다수 수상했다. 
단독주택, 카페, 도서관, 사옥 등 일상의 중·소규모 건축물을 바탕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 용인 규우주, 운중동 도시채, 세종시 Yes House 등 단독주택과 포천 피노키오 예술체험공간, 서울시립대학교 정문, 이천 Sugar-lump, 당진시 의회 도서관, 여수 모이핀, 중곡동 도시다반사, 청담동 비원, 김포 은혜의교회 예배당 등이 있다.

오권만 ㈜제이디홈플랜 대표
제이디홈플랜은 제주 향토기업으로 제주 환경에 맞는 에너지 효율성, 친환경자재, 실내 공기질, 수분관리를 중점으로 고성능, 고기밀 경제주택을 짓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도전과 실험을 통해 검증받고 제주 건축의 모범으로 통하는 전문 건축회사다. 오권만 대표는 현재 (사)한국목조건축협회 제주지회 지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