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나무, 목재와 함께 걸은 40년, 앞으로 40년은 더 걸어야죠”
인터뷰 | 동탑산업훈장 수훈한 김종원 (사)한국목재칩연합회 회장
11월1일 제5회 임업인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한 김종원 한국목재칩연합회 회장은 지난 40년간 목재산업의 변화와 도전을 이끌어왔다. 그래서 이 훈장은 ‘단순히 과거를 인정받는 것을 넘어서, 앞으로 40년을 더 고생하라는 의미’라는 게 업계의 요구다. 목재산업이 직면한 위기와 이를 극복해 기회로 만들기 위한 그의 철학과 해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임업인의 날에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하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정말 과분한 영광입니다. 나라와 산림청의 큰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를 지지해주신 임업인들과 단체장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와 함께한 인생 40년 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며, 자연과 영혼을 미소 짓게 하는 숲사람으로 모두의 그루터기가 되고 싶습니다.
목재문화진흥회장,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장 등 그동안 보여주신 회장님의 행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루터기’에 만족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웃음) 40년 동안 고생하셨다는 의미보다는 앞으로 40년 더 고생해달라는 요구로 보입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실 계획인가요.
=훈장 수훈 이후 들어본 찬사 중 가장 큰 찬사입니다.(웃음) 맞습니다. 이 훈장은 “여기서 멈추지 말고 더 나아가라”는 의미라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앞으로 산림 관리 체계의 일원화에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은 산림청, 환경부, 지자체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어 비효율적입니다. 국립공원은 환경부가, 도시숲은 지자체가, 산림과 임업은 산림청이 맡고 있죠. 이런 구조로는 재난 대응이나 일관된 산림경영이 어렵습니다. 물 관리가 통합된 것처럼 숲 관리도 일원화돼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산림 경영이 활성화되고 국민들이 숲의 가치를 더 잘 누릴 수 있을 겁니다.
회장님께서는 최근 들어 ‘목재법 완성’이라고 표현하시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목재법 완성은 지난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한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법’을 말합니다. 이전에는 미이용 바이오매스 활용과 관련된 법적 근거가 부족해 환경단체와 업계 간 갈등이 있었습니다. 목재법이 제정되면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산업계와 환경단체 사이의 오랜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목재법 완성이 현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가장 큰 변화는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산업이 안정화됐다는 점입니다. 법이 없던 시절에는 원자재난과 규제 강화로 인해 사업 위축 우려가 컸지만, 목재법이 시행되면서 제도권 안에서 원료 조달이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친환경 벌채법이 산림 경영과 목재 순환 이용을 어렵게 하는 점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산림 바이오매스 시장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시장은 여전히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수입산 목재펠릿 가격이 하락하면서 국내 제품이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국내 생산비가 수입산보다 최소 5만 원 이상 높아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입니다. 여기에 친환경 벌채법 시행으로 원자재 조달도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앞으로 목재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재 원목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가 부여되는데, 이는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원목 대신 미이용 바이오매스를 중심으로 혼소와 전소를 구분해 차등 지급해야 합니다. 특히 전소 방식에는 일몰제로 REC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 조림 면적을 확대하고, 미래 수종을 결정해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목재를 단순히 보드재나 펄프재로만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학 목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활용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과도 연결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목재법 완성 1년을 맞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목재법 완성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입니다. 지금 우리는 산림녹화의 성과를 기반으로, 국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 속에서 목재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산림청, 임업계, 목재업계가 하나로 힘을 합친다면, 숲은 단순히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경영하고 누릴 수 있는 자산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제는 경영의 시대로 전환해야 합니다. 저 또한 “위기는 기회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목재산업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습니다. 우리의 숲이 국민에게는 풍요를, 지구에는 건강을, 산업에는 가능성을 줄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를 기대합니다.
회장님을 떠올릴 때 키워드처럼 떠오르는 문장이 ‘위기는 기회다’일 정도로, 이 말을 자주 하십니다. 이 표현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위기는 단순히 어려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상황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목재산업의 상황도 그렇습니다. 현재 수입산 펠릿과의 가격 경쟁, 친환경 벌채법으로 인한 원자재 감소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이 위기는 우리가 새로운 해법을 찾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규제와 개혁도 같은 맥락에서 봅니다. 좋은 규제는 개혁으로 작용하고, 잘못된 개혁은 규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재법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미이용 바이오매스 활용이 규제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산업 구조를 가능하게 만든 개혁이 되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요.
=핵심은 공존의 숲을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숲이 국민과 산업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숲은 탄소를 흡수하며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이 자산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학계, 정부가 협력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또 국민의 이해와 참여도 중요합니다. 최근 환경단체나 대중 사이에서 벌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지만, 이는 홍보와 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이 숲의 순환 이용과 관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함께 참여할 때 숲은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닌 활용과 경영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목재산업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사례가 있을까요.|
=목재 순환 이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예전에는 버려지던 나무 껍질과 같은 부산물이 이제는 유기질 비료로 재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가치는 톤당 15만 원에 이릅니다.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산림 자원을 100% 활용하는 대표적인 순환 경제 모델입니다.
저희 연합회도 이러한 순환 구조를 확대해 지역 경제와 협업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목재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왔습니다. 현재의 위기를 넘어, 목재산업이 환경적 책임과 경제적 가능성을 동시에 담은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