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73 - 내 빨간 열매로 보시를 하지~ 마가목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마가목(English Mountain Ash)
이곳에서 나무 이름을 영명(英名)으로 호명하면서 우리 한글 이름과 견주어 보는 버릇이 생겼다. 영어의 고전인 영국의 English가 수종명 앞에 붙는 것이라! 가보지 못했지만 테임즈 강 가의 안개가 낀 어느 마을, 산, 아니면 고즈넉한 정원 한 켠에 마가목 한 그루가 서 있을 것 같다. 이렇게 English가 붙는 나무에는 English Ash, English Walnut도 눈에 띈다.
자연 그대로 꾸밈없이 이루어 놓은 정원으로 유명하다는 영국 정원을 보고 싶다. 아마도 그 English garden엔 마가목 주황색의 동그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양떼가 그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피겨올림픽 보배 선수 김연아의 나무가 마가목이라는데, 왜 그리 명명이 된 걸까? 김연아가 좋아해서? 김연아가 마가목 열매처럼 이뻐서? 아무튼 여름 들며 일찍부터 열매의 색이 주황색으로 변신하는 걸 멀리서 보면 꽃을 피운 듯하다. 안정된 삼각형 수세(樹勢)를 보여주는 이쁜 나무!
이곳에서 눈에 띈 팥배나무를 Korean Mountain Ash라고 부르는데 마가목은 English Mountain Ash Sorbus aucupariaL.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한자어로는 馬價木, 馬家木으로 불리워 말 마(馬)字가 붙는데 당체 이름 앞에 왜 ‘마’가 붙었는지 모르겠다. 나무껍질 말린 것을 마아피(馬牙皮)라 하여 탕(湯)으로나 술에 담가 약재로도 쓴다 하니, 혹여 마아목이라 하던 게 마가목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아닐까 해본다. 물푸레나무(Ash) 앞에 Mountain이 들어가 있어 산록에서 자생한 나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주황색 열매가 염주를 닮았다. 수수하니 예쁜 열매가 돋보이고 그 이름까지 정겨운 나무를 보면서 오늘도 그 나무 곁으로 가고 싶다.
내 친정 산과원에도 ‘조경인의 숲’ 초입 돋운 화단(Planter)에 마가목 한 그루를 심어놓아 봄에서 가을로 가는 열매의 채색을 완상(玩賞)하고는 했다. /나무신문
내 빨간 열매로 보시를 하지~ 마가목꽃
어느 외딴 절
빨간 열매 단 나무
두 그루 있네
하나는 팥배나무
하나는 마가목
염주알을 닮았어
그 이름에도 모두 뫼(山)가 있어
홀로 산중에 염주알 굴리면서
독경(讀經)을 할지도 모를 일
그 나무 열매
지나가다 앉는 새에게
보시(布施)할지도 모를 일
글·사진 서진석 박사·시인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