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열며/태안 기름유출 현장에 가다 - 숭고한 儀式 -
‘자원봉사’라는 단어와는 무관하게 지내 온 내 삶이었다.
그렇기에 여러 매체를 통해 날마다 태안의 그 기막힌 기름 유출 현장을
대하면서도 남의 일로만 여기며 동참을 하리란 생각은 전혀 하질 못했었다. 한데, 어느날 홀연히 내 머리에 떠오르는 강한 메시지가 있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몸을 움직여 고난을 함께 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는가?’
그리고 이튿날엔 참으로 우연히 성당 주보에서 현장
참가자를 모집하는 기사를 보게 되었고, 나는 가슴 두근거려 하며 용감(?)하게 신청을 하였다. 나 같은 사람도 과연 쓰일 데가 있을까, 스스로
반문하면서.
지난 12월 29일 이른 새벽에 주먹밥을 먹으며 아프리카의 검은 대륙처럼 변해 버린 태안의 바다를 향해 길을 떠났다. 신기한 것은, 이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나 사람들에 대해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슬픔이 너무 깊으면 차마 울음조차 나오지 않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까. 그 짙푸르던 바다는 이제 거기에 없었다. 귀한 기름은 흉물이 되어 바다를 온통 까맣게 덮어버렸던 것이다. 바닷가의 크고 작은 바위들에
매달려 인산인해를 이룬 대열은 묵묵히 수천수만 장의 수건으로 기름때를 닦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슴으로 흐느끼며 바위가 반들반들해지도록 닦고 또 닦아낼 뿐이었다. 손끝, 손끝들은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바위와 모래더미를 하나하나 온
정성으로 어루만져 나갔다. 가장 고귀한 작품을 빚어내고자 심혈을 기울이는 장인들의 모습이 저러할 수 있을까. 마치 하느님께로의 구원을 비는
숭고한 儀式과도 같았다.
단순한 사고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킨 끔찍한 사건으로서만이 아니라, 다시 하느님을 찾으며 보여주는 뜨거운
인간애를 낳는 기적의 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긴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져 갈 때, 우리는 언젠가 예전의 그 푸른 바다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리라고 믿고 싶다.